글/여행 후기

[글] 23년 말 보러 떠난 나 홀로 여행 3-1편, 유슌 메모리얼 파크를 가다

Taker829 2023. 11. 11. 15:49

직전 여행 후기 글 : [글] 23년 말 보러 떠난 나 홀로 여행 2-2편, 야경은 좋은 문명이다

 

[글] 23년 말 보러 떠난 나 홀로 여행 2-2편, 야경은 좋은 문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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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일차의 이동 경로, 드디어 이번 여행의 메인 디쉬

 

9/23 ~ 10/2, 9박 10일의 여행

Day 03-1 Start

<< 드디어 견학의 날 >>

여행 3일차, 드디어 이번 여행의 메인 디쉬 목장 견학 투어의 시작

따라서 미리 얘기하자면 이번 글은 일본 경마와 관련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기대하고 기대하던 견학의 날이 밝았다

오직 이 날을 위하여 한국에서 계속해서 운전을 연습하며 준비하였다.

 

이틀간 많은 신세를 진 루미

렌트하기로 한 차는 토요타의 경형 박스카 루미 차종이었다.

일본에 렌트카를 신청할 때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경차라는 것만 결정하고

차종은 랜덤이었는데 마침 내가 원하던 박스카인 루미가 걸렸다

일본은 우리나라랑 다르게 차량의 통행이 좌측통행이고 운전대는 오른쪽에 위치한다.

 

사실 나는 여행을, 더 정확히는 여행을 가서 목장 견학을 다니기 위해서는

렌트카가 필수라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한국에서도 운전을 전혀 안 하는 장롱면허였다.

하지만, 목장 견학 관련해서 꽤 여러 곳에 조언을 구한 결과

훗카이도에서 목장 견학을 다니려면 무조건 렌트카는 필수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위에 이동 경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대한민국 땅덩어리 전체보다도 큰 섬의 남단을 쭉 훑는 경로가 대충 버스나 열차 타고서 다닐 수 있을 리가.....

 

뒤늦게 여행 계획을 렌트카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변경한 내가 제일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은 바로 동선이었다.

우선 견학을 가기로 결정한 목장 총 2곳으로

골드 쉽으로 유명한 빅 레드 팜 그리고 울타리 파괴의 화신 타니노 김렛으로 유명한 요기보 베르사유 팜을 선정했다.

본래라면 메이쇼 도토를 보고 싶었지만 메이쇼 도토를 비롯해서 너무 인기 많은 친구들이 있어서 그런가

노던 레이크 팜은 결국에는 예약에 실패하였다....... 과연, 살아생전 도토를 볼 수 있을까 조금은 걱정된다

여튼 2곳의 목장을 선정한 뒤에는 유명마들 참배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에 맞춰서 장소들을 조사하였다.

문제는 내가 잡은 숙소가 도마코마이라는 것

 

푸른색 표시들이 바로 조사했던 장소들. 도마코마이 시는 이쪽에서 북서 방향으로 좀 더 위에 있다

 

시간 분배 상 저 곳들을 모두 하루에 볼 수는 없었다.

게다가 견학 갔는데 얼굴만 빼꼼 보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따라서 충분히 만족할만큼 볼 수 있으면서 효율적인 동선을 짤 수 있도록 고민을 해야만 했다.

게다가 본래는 목장 견학을 주말에 하려고 했는데

1일차 여행지인 철도 기술관과 삿포로 맥주 박물관 등

삿포로 여행 일정까지 고려하다보니 결국 목장 견학이 3, 4일차인 월, 화요일로 미뤄졌는데

이게 왜 문제가 되었냐면 내가 도쿄로 넘어가는 때가 4일차였다.

즉, 4일차에는 차량 반납에 국내선 탑승 수속까지 고려하면 그다지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아주 많은 고민을 거듭하며 동선을 짜고 지우고 짜고 지우고를 계속 반복하였다.

여행이 끝난 뒤 지금와서 드는 생각은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기를 정말 잘했다 싶었다.

내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이번 여행 3, 4일차의 동선은 정말 깔끔하고 완벽했다고 스스로 생각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듭 고민해서 내가 정했던 동선은

3일차에는 골드 쉽의 빅 레드 팜을 견학한 뒤 그 주변에 볼 수 있는 곳은 싹 흝어보고 온다였다.

이는 빅 레드 팜이 요기보 베르사유 팜보다 더 남단에 위치해서 4일차에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일차의 여행 일정을 다시금 곱씹은 뒤 잔뜩 긴장한 채로 액셀을 밟았다.

거듭 얘기하지만 필자는 렌트카를 타기로 결정하기 전까지 운전을 아예 안 했기 때문에

직전 3개월동안 운전 연수가 전부

그 와중에 혼자 운전한 적은 없음

심지어 일본은 운전 시스템이 반대

라는 디버프 트리풀 크라운을 달성한 상태로 긴장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도 렌트카를 운전하기 시작한지 3분도 안 되어서 렌트카 영없소에서 나갈 때 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 첫 순간을 제외하면 의외로 일본에서의 운전은 굉장히 평화로웠다.

어떤 의미로 교통 신호가 우리나라보다 직관적인 것도 있어서

도로를 주행하는 데 있어 크게 걱정할 일이 없었으며

간혹 정속주행하는 내 차가 답답하더라도 뒤에 차들이 반대 차선으로 추월을 하면 했지

정말 단 한번도 나에게 크락션을 울리는 일이 없더라

그리고 나중에 들어보니 단속주간이라 정속주행을 해야만 했다더라

 

아무튼 가장 큰 걱정을 했던 운전 적응 부분은 정말 예상도 못했던 속도로 굉장히 빠르게 익숙해져갔고

그렇게 긴장이 풀리니 그 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차창 너머로 아득히 펼쳐진 평지와 도로 그 위로 하늘을 수놓은 구름들

보던 당시에는 그저 감동할 뿐 내가 어째서 감동을 한 것일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는데

글을 쓰면서 사진을 보고 추억을 곱씹은 지금은 내가 그 당시 무엇에 그토록 감동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더라

 

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도로 그리고 그 위로 높게 솟은 구름의 형태

단언컨대 이런 형태의 풍경은 산이 많고 높디 높은 아파트들이 빽빽하게 시야를 채워버리는

대한민국에서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는 풍경인 것이다.

내가 훗카이도 여행을 하면서 그 어떤 것보다 감사함을 느꼈던 부분이 내 두 눈이 그래도 멀쩡히 작동한다는 점이었을 정도로

내 시야에 담기는 풍경들은 살풍경한 빌딩의 숲에 익숙해진 나에게 있어선 너무나도 강렬한 자극들이었다.

그런 연이은 즐겁고도 강렬한 자극들을 맛보며 운전을 하던 나는

드디어 첫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유슌 메뫼리얼 파크의 입구, 봄에는 입구쪽에 벚꽃들이 아름드리 만발한다고 한다

첫 목적지는 유슌 메모리얼 파크

나리타 브라이언 & 오구리 캡의 기념관이자 여러 명마들의 묘비가 있는 곳이다

단순히 기념관 뿐만이 아니라 일종의 휴게소 역할도 하는 것인지 안내판도 붙어있었다.

 

유순 메모리얼 파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오구리 캡 동상

 

본래 예정 이동시간은 1시간 20분이었는데 내가 아직 운전이 익숙하지도 않고 해외 여행을 와서 혼자 운전이라는 여러 요소는

본래 예정보다 30분이나 더 걸리게 하였고 나는 2시간동안 운전을 한 것이 처음인 만큼 좀 지쳐있었지만

이후 일정들을 생각해서 쉴 틈이 없었다 나는 서둘러서 장비를 점검하고 유순 메모리얼 파크에 입장하였다

 

말딸에선 구수한 사투리와 논스탑 걸로 친숙한 유키노 비진, 본래 유순 메모리얼 파크의 주인이었던 나리타 브라이언
누군가 참배를 한 것으로 보이는 야에노 무테키, 후배가 가장 좋아하는 킹 헤일로
우마무스메에서는 나리타 브라이언과 라이벌 스토리를 형성한 마야노 톱건, 그리고 현재 메모리얼 파크의 또다른 주인이 된 오구리 캡

 

묘비들을 다 참배한 후 다시 촬영한 오구리 캡 동상
이제 기념관 내부를 보러 갈 시간, 그보다 옆에 포니 귀엽다
짜리몽땅한 귀여운 포니, 평화롭게 풀 뜯는거 보고 있으면 졸려오기도 한다

 

이젠 메모리얼 파크 기념관을 보러 들어갈 시간이다

역시 훗카이도는 훗카이도인걸까 기념관에서도 키우는 포니가 있었다

포니가 많이 귀여워서 맘같아선 한참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 전날 노던 호스 파크에서 해피 포니 쇼를 이미 즐겁게 보기도 했으니 충분하다 생각하고

기념관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뚠뚠마에! 솔직히 홋코 타루마에 너무 귀여운 것 같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해주는 오구리 캡

 

기념관 내부에 들어가자 처음 반겨주는건 바로 우마무스메 홋코 타루마에 등신대 판넬이었다

도마코마이 시 공식 관광대사! 실제로 내가 도마코마이에 숙소를 잡게 된 것에는 홋코 타루마에가 지분 99%였다

실제로 나 말고도 유슌 메모리얼 파크 방문하신 분들 중 꽤 다수가 이 등신대에서 사진을 찍고 가더라

그리고 반대편에 거어어어대한 오구리 캡 포스터는 솔직히 정말 가지고 싶었다 ㅋㅋㅋ

저걸 방 한쪽 벽면에 장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역시 일본 경마의 국민 영웅답게 가장 공들여 전시된 오구리 캡, 아 근데 대형 봉제인형 가지고 싶다

 

입구를 넘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오구리 캡 전시물들이다

우마무스메 등신대 판넬도 눈길을 끌지만 그보다도 더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거대한 오구리 캡 봉제 인형이었다

내심 보고 든 첫 생각이 '와, 여기 근무하시는 분은 매일 출근해서 저걸 보면서 청소하겠지? 엄청 부럽다' 였었다

실제로 나중에 굿즈 사면서 직원 분이랑 얘기를 할 때도 다른 것보다 애정 듬뿍 담아 소개하신 곳이 여기였다

나도 언젠가는 오구리 캡 봉제인형을 집에다가 들이고 싶다 저렇게까지 큰건 아니여도 되니까 말이지....

ㅜㅜ 오구리 캡 봉제인형 재판 좀

 

더트 중상경기들의 기록들 2019 페브러리 스테이크스와 2022년 카와사키 기념이 보인다
이건 미처 못 물어봤는데 오구리 캡이 실제로 쓴건지 모르겠다. 저게 털이여 먼지여?
1997년 천황상(봄), 1995 국화상 우승 마야노 톱건 그리고 온갖 우승 기록들로 장식되어있는 오구리 캡의 전시물들
천황상 우승한 마야노 톱건의 봉제인형들과 오구리 캡의 마구
자신의 그림자가 너무나도 무서우셨던 희대의 삼관마 나리타 브라이언

 

역대 서러브레드들의 사진과 혈통표 꽤나 많이들 보이더라

 

솔직히 기념관에 뭐가 있을까 꽤 많이 생각을 했었다.

기념관에 가봤자 뭐 볼만한 것이 많이 있을까 그런 생각이었는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까 전시 공간이 짧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들은 실로 위대한 역사의 압축이었다

오구리 캡, 마야노 톱건의 우승기록 부분에서는 정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기념관이라는 명칭에 걸맞는 물건들 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오구리 캡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무한한 사랑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시공간을 다 본 뒤 굿즈샵에서 틀어주는 오구리 캡 라스트 런 아리마 기념을 보면서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 두 분이 스고캇타나~ 하면서 보고 있는 것을 보고있으니 정말 질투가 날 것 같더라

우리 나라에서는 말 본다고 하면 시선의 느낌이 즉시 바뀌는 것을 꽤나 많이 경험해본 나로서는 질투가 안 날 수가 없었기에.....

언젠가 우리 나라에서도 경마가 국민 스포츠까지는 아니여도 당당히 양지에서 같이 즐겨볼 수 있는 스포츠가 될 수 있을까?

 

꽤나 요원할 것 같은 느낌이다

 

 

드넓은 하늘을 뒤로 한 채 고고히 서 있는 나리타 브라이언의 기념비

내부 전시물들을 다 둘러본 나는 이제 메모리얼 파크의 마지막 장소를 향하였다

본래 나리타 브라이언 기념관이었던 이곳은 오구리 캡이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이후

단독 기념관이 아닌 명마들의 종합 기념관으로 바뀌었다. 물론, 주로 오구리 캡이긴 하지만....

여튼 기념관의 뒤 뜰에는 나리타 브라이언의 기념비가 위치하고 있다

 

The Memorial Day Sep 27 1998. 나리타 브라이언이 7세의 나이로 당근별로 떠난 날이다
명마의 초상에서 "그림자를 넘어서 가라"고 했던가.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명마 중의 명마 나리타 브라이언에 어울리는 기념비라고 생각한다

 

기분 좋은 바람을 받으며 나리타 브라이언에게 인사를 한 나는

이제 다음 장소로 가기 위하여 짐을 정리하였다.

아, 물론 굿즈샵에 들러서 이것저것 산 뒤에

 

노곤한듯 햇빛을 쬐며 잠든 포니, 잘 있으렴

보기만 해도 나도 푹신푹신해질 것 같이 편안히 잠을 청한 포니를 뒤로 한 채로

나는 유슌 메모리얼 파크에서의 일정을 마쳤다.

여러 굿즈들을 산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오구리 캡, 마야노 톱건 등 레전드 명마들의 역사를 실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올 때까지의 고생이 보상받는다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기분 좋은 바람의 간질거림을 느끼며 차에 올라탄 나는

다음 행선지인 빅 레드 팜을 향하여 시동을 걸었다

 

드디어 황금의 불침함, 일본 경마계 최고의 4차원 말

골드 쉽을 보러 갈 시간이다.

 

 

9/23 ~ 10/2, 9박 10일의 여행

Day 03 In Prog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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